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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기자의 으랏차차] 무쏘 EV, 추억과 혁신 사이를 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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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육기자의 으랏차차] 무쏘 EV, 추억과 혁신 사이를 달리다

육동윤 기자

기사입력 : 2025-07-08 09:05

KGM 무쏘 EV 사진=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KGM 무쏘 EV 사진=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1990년대, 누군가의 아버지가 탔고, 어떤 가족은 그 차로 처음 캠핑을 떠났으며, 한 세대의 'SUV'라는 개념을 뿌리내리게 한 상징이었다. 가끔 현역으로 뛰는 모델을 보기도 한다. 그날은 운수 좋은 날이 되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지금, 그 무쏘가 돌아왔다. 디젤도, V6도 아닌 ‘전기’라는 새로운 심장을 달고서.

이번 시승은 경기 북부 산간 도로와 도심을 오가며 약 120km 구간에서 진행했다. 첫인상은 솔직히 이질감이 컸다. 요즘 레트로가 유행이다. 랜드로버가 ‘디펜더’를, 포드가 ‘브롱코’를 부활시켰다. 이들 모두 이질감이 컸다고 한다면 KGM의 무쏘는 고개가 끄덕여진다.

무쏘 EV는 전기 SUV 시장에서 독특한 포지션에 서 있다. 비슷한 가격대의 경쟁 모델로는 현대 아이오닉 5, 기아 EV6 등이 있다. 이들은 모두 미래지향적인 곡선 디자인과 기술 중심의 실내 UI를 강조하지만, 무쏘는 완전히 다른 방향을 택했다.

아이오닉 5가 '레트로 퓨처리즘'으로 감각적인 외관을 강조한다면, 무쏘는 '정통 SUV'의 고전적 언어를 사용한다. 또, EV6가 날렵한 주행과 낮은 자세로 ‘스포츠 EV’를 지향한다면, 무쏘는 키 높은 시야와 박스형 실루엣으로 오히려 견고함과 여유로움을 전달한다.

전면부의 수직 그릴과 각진 보닛, 근육질 펜더 라인은 전기차 시대에 보기 드문 비주류의 미학이다. 박스형 디자인은 과거를 닮았다고는 하지만, 토레스의 디자인 언어가 더 짙게 묻어난다.

KGM 무쏘 EV 인테리어 사진=KG모빌리티이미지 확대보기
KGM 무쏘 EV 인테리어 사진=KG모빌리티

실내로 들어서면 간결하면서도 단단한 인상이 남는다. 수직으로 뻗은 센터 디스플레이, 굵직한 스티어링 휠, 스퀘어한 송풍구. 무엇 하나 번지르르하지 않지만, 모두가 이유 있게 놓여 있다.

최고출력 204마력, 최대토크 34.7kg·m의 후륜 전기모터는 수치상으로 꽤 화려하진 않다. 하지만 무쏘 EV는 토크를 앞세운 ‘밀어붙이는 힘’보다는, 잔잔하게 끌어당기는 ‘견인력’을 택했다. 초반 가속은 민첩하고, 도심에서 정숙한 움직임을 유지하면서도, 언덕을 오를 땐 묵직한 자신감을 보여준다. 풀 가속이 아닌, 꾸준한 전개를 택한 주행 질감은 이 차가 과거의 무쏘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는 증거다.

서스펜션은 다소 단단하게 조율됐다. 고속에선 안정감이 있고, 커브 구간에서도 좌우 롤이 크지 않아 운전자의 긴장을 덜어준다. 프레임 바디 SUV가 아닌 모노코크 기반의 EV지만, 강성에서 큰 차이가 느껴지진 않는다.

편의, 안전장비들은 가성비가 느껴진다. 가격대를 생각한다면 “오, 이 가격에 이런 것도?”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예를 들어, 통풍 시트를 비롯해 스마트한 ADAS, 꽤 쓸만한 내비게이션에 안드로이드 및 애플 카플레이 미러링까지 모두 갖춰져 있다.

무쏘 EV의 또 하나 특징을 빼고 넘어갈 수 없다. 트럭 배드는 트렁크 대용이라고 생각하면 마음 편하다. 선호 차체에 대해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실용성에 있어서는 이견 없이 괜찮은 편이다. 시승차에는 잠금형 덮개가 설치돼 있었는데, 뚜껑을 열어둔다거나 확장형 박스 하드탑을 올린다면 활용성은 배가된다.

시승 후반, 해가 지고 노을이 지는 시골 국도에서 무쏘 EV는 차분하게 달렸다. 노면의 잔진동을 흡수하면서도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한 채. 실내 정숙성도 의외로 조용하고 가감속도 부드럽다. 속도를 줄이자 주변의 풍경 소리가 귀에 들어왔고, 창밖으로는 개구리 울음소리가 한참이다. 에어컨을 틀면 주행거리가 떨어지는 게 확인되지만, 불안감은 딱히 들지 않는다. 무쏘 EV는 익숙한 이름에서 낯선 방식으로 돌아왔지만, 그 진심만큼은 아직 그대로인 듯하다.


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dy332@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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