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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신차 '중고차'로 둔갑시켜 수출.. 글로벌 시장 교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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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신차 '중고차'로 둔갑시켜 수출.. 글로벌 시장 교란

베이징의 모호한 태도 속 지방 정부서 전폭 지원.. 과잉 생산 문제 가중

이정태 기자

기사입력 : 2025-06-25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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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자동차 산업이 조립 라인에서 막 출고된 신차를 '중고차'로 등록해 해외로 수출하는 편법을 통해 판매량을 부풀리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24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른바 '제로 마일리지' 차량은 주행 기록이 전혀 없음에도 러시아, 중앙아시아, 중동 등 해외 시장에 중고차로 팔려나가며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의 성장세를 견인하고 국내 시장에서 팔리지 않는 재고를 소진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제로 마일리지' 사기의 작동 방식


이러한 편법은 신차가 생산되면 수출업자가 자동차 제조업체나 딜러로부터 차량을 구매한 뒤 중국 내에서 차량을 등록한다. 이후 즉시 등록을 취소하고 '중고차'로 분류해 해외로 선적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자동차 제조업체는 차량을 판매한 것으로 간주하여 수익을 기록하고, 지방 정부는 판매량으로 집계하여 GDP 통계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는 효과를 얻는다. 수출업체 또한 차량당 상당한 이익을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2022년과 2023년에는 4만 위안(약 750만 원)에 구매한 전기 세단을 중앙아시아에서 1만 위안(약 190만 원)의 이익을 남기고 판매한 사례도 있었다.

베이징 모호한 태도, 지방 정부선 전폭 지원


이러한 '제로 마일리지' 중고차 수출은 만리장성 모터(Great Wall Motor)의 사장이 국내 제로 마일리지 중고차 판매를 비판하고, 인민일보가 국내 가격 전쟁 속 이러한 가짜 중고차를 비난하며 '강력한 규제 조치'를 촉구하면서 전국적인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로이터의 조사 결과, 중국 지방 정부들은 오히려 이 관행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둥성, 쓰촨성 등 주요 수출 허브를 포함한 20개 지방 정부가 공개 문서에서 '제로 마일리지' 중고차 수출을 지지하며 추가 면허 발급, 세금 환급 신속 처리, 수출 인프라 투자, 네트워킹 이벤트 자금 지원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하고 있었다. 이는 베이징이 설정한 야심 찬 경제 성장 목표 달성을 위한 필수적인 수단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지방 정부 관계자들은 판매 및 고용의 급속한 성과를 통해 승진하거나 새로운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반면, 경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강등될 수 있는 구조에 놓여 있다.

중국승용차협회(China Passenger Car Association)의 추이 둥수 사무총장은 이러한 관행이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가 높아지는 무역 장벽 속에서 해외 특정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대안 채널이며, 중국 브랜드가 아직 진출하지 않은 국가에서 중국산 자동차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과잉 생산 우려와 글로벌 시장의 반발


이러한 편법 수출은 중국 자동차 산업의 과잉 생산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지목된다. 특히 '제로 마일리지' 중고차 수출 대부분이 휘발유 차량으로 이루어지며, 이는 중국 내에서는 인기가 시들어진 차량들이다. 하지만 정부 보조금을 받는 전기차 또한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일부 중국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관행이 해외에서 '중국 브랜드 이미지를 심각하게 손상시킬 수 있다'며 단속을 촉구하고 있다. 또한 외국 투자자들이 중국 자동차 회사의 판매 수치를 의심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러시아는 2023년부터 공식 유통업체가 있는 브랜드의 '제로 마일리지' 중고차 수입을 사실상 금지하는 정부 법령을 발표하며 반발에 나섰다. 요르단 등 다른 국가들도 중고차 정의를 강화하여 차량 유입을 막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움직임이 중국이 막대한 보조금을 받는 차량을 해외에 '덤핑'하는 방식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과 유럽과 같은 주요 시장이 관세로 인해 진입하기 어려워지면서,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부풀려진 판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새로운 시장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중국, 시장 혼돈과 장기적 평판 손상 우려


'제로 마일리지' 중고차 시장은 신규 진입자와 심지어 틱톡커들까지 가세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존에 꽃병이나 와인을 팔던 이들까지 자동차 판매에 뛰어들면서 시장에 혼돈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제로 마일리지' 중고차 수출은 단기적인 판매량 증대와 재고 소진에는 기여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국 자동차 산업의 과잉 생산 문제와 불투명한 판매 통계에 대한 의구심을 증폭시키고, 국제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의 평판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


이정태 글로벌모빌리티 기자 jt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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