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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중국산 전기차에 '까칠'.. '브라질 실패'에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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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중국산 전기차에 '까칠'.. '브라질 실패'에서 배운다

브라질 쉽게 문 열어 자동차 산업 위협 직면.. 인도, 중국산에 엄격 입장

이정태 기자

기사입력 : 2025-06-23 11:22

사진=BYD이미지 확대보기
사진=BYD
인도가 중국 전기차(EV) 제조업체의 자국 시장 진입을 신중하게 제한하는 배경에는 브라질의 값비싼 교훈이 자리하고 있다고 22일(현지시각) CarToq이 보도했다. 브라질은 값싼 중국산 EV에 시장을 개방했다가 자국 산업이 심각한 위협에 직면하는 상황을 겪었으며, 인도는 이러한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강력한 보호 장벽을 구축하고 있다.

지난 5월 말 브라질 이타자이 항구에는 축구장 20개 면적에 달하는 7000대 이상의 중국산 전기차를 실은 거대 화물선이 정박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이는 중국 전기차 기업들이 무제한적인 시장 접근을 얻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델리 정책 입안자들에게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례였다. 브라질 시장에서 BYD는 2025년 4월 기준 브라질 전기차 시장의 90%를 점유했고, 2024년에는 전년 대비 328% 증가한 7만6700대 이상 차량을 판매했다. 전체 중국 전기차 수입량은 2023년 약 60%에서 2024년 브라질 전기차 판매량의 85%까지 치솟았다. 이러한 급격한 점유율 확대는 브라질 자동차 산업 관계자들과 노동 지도자들에게 국내 생산 위축과 일자리 감소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안겼다.

브라질의 뼈아픈 교훈.. 늦은 관세 인상과 덤핑 물량


브라질은 전기차 보급을 장려하기 위해 초기에는 EV 및 하이브리드에 대한 35% 수입세를 면제하며 중국 제조업체에 문을 활짝 열었다. 그러나 자국 산업의 위협을 깨달은 브라질 정부는 2024년 1월부터 관세를 10%로 재조정하고 2026년 중반까지 점진적으로 35%로 인상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문제는 이러한 대응이 너무 늦었다는 것이다.

중국 자동차 기업들은 관세 인상을 예상하고 브라질 항구에 7만 대 이상의 미판매 차량을 쏟아냈으며, 이는 브라질 항구를 마비시킬 정도였다. BYD는 해외 확장을 가속화하기 위해 화물선 선단을 늘리며 브라질을 중국 외 최우선 목표로 삼았다. 세계 최대 자동차 운반 선박까지 중국 전기차를 브라질 항구로 운송하는 데 투입될 정도였다.

이에 폭스바겐, 제너럴 모터스, 토요타의 자회사 등 브라질 국내 제조업체들은 인위적으로 저렴한 중국산 차량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산업 단체들은 중국 기업들이 원가 이하로 차량을 판매하는 '덤핑'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정부에 계획된 관세 인상 가속화를 촉구했다.

인도의 전략적 방어, 제조업 보호와 투자 유치


인도 정부는 브라질의 경험을 거울삼아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에 대해 엄격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인도의 새로운 EV 정책은 최소 5억 달러(약 6900억 원)의 투자, 3년 내 제조 시설 설립, 5년 내 50% 국내 부가가치 달성이라는 엄격한 조건을 내세운다. 테슬라와 같은 글로벌 기업에게는 환영받는 조건이지만, 중국과 국경을 공유하는 국가의 기업들은 투자에 대한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2020년 보도자료 3에 따라 사실상 중국 기업의 쉬운 진입을 막고 있다.

실제로 BYD는 10억 달러(약 13억8000억 원) 규모의 전기차 및 배터리 제조 투자 제안서를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자동 승인 경로를 이용할 수 없어 새로운 EV 정책의 15% 수입 관세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인도의 이러한 정책은 경제적 취약성 기간 동안 기회주의적인 인수를 막기 위해 고안되었다.

이러한 정부의 접근 방식은 국내 제조업 역량을 보호하고 육성하려는 광범위한 전략을 반영한다. 이미 티아고르 EV와 넥슨 EV를 공급하고 있는 타타모터스는 현지화와 저렴한 EV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수입품에 대한 특혜가 현지 생산에 투자한 제조업체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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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BYD


미국·EU·캐나다 등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


인도 정부의 신중한 태도는 세계적인 추세와도 일치한다. 미국은 중국산 자동차에 27.5%의 관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100%로 인상했다. 유럽연합(EU) 역시 시장 지배력의 위협을 인식하여 중국 전기차에 최대 35%의 관세를 부과했다. 캐나다도 비슷한 조치를 취했으며, 브라질은 중국 제조업체가 초기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었던 몇 안 되는 큰 시장 중 하나였다.

중국은 2024년 10월 전 세계 시장 점유율의 76%를 차지할 정도로 글로벌 EV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특히 3분기에만 해외에서 13만 대 이상 배터리 전기차를 판매하며 2022년 대비 4배 성장을 기록했다. 이러한 확장 전략은 기존 업체들의 전기차 제품 개발 속도가 느린 신흥 시장을 주로 겨냥한다.

브라질 사례는 중국 제조업체들이 공격적인 가격 책정과 정부 보조금을 통해 시장 지배력을 확립하면 그 통제를 되돌리기가 극도로 어려워진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준다. 브라질 항구를 가득 메운 7만 대 이상의 미판매 중국 차량은 무제한적인 시장 접근이 가져올 수 있는 결과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가시적인 증거다.

인도의 정책 입안자들에게 브라질의 경험은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에 대한 엄격한 장벽을 유지하는 동시에 상당한 현지 제조 및 기술 이전에 전념할 의향이 있는 기업의 투자를 환영할 수 있는 완벽한 정당성을 제공한다. 인도는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길을 모색하며 브라질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한 현명한 선택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정태 글로벌모빌리티 기자 jt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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