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15년 6월 17일, 전 세계 전기차(EV) 누적 판매량이 사상 처음으로 50만 대를 돌파하며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닛산 리프, 테슬라 모델 S, BMW i3 등 1세대 전기차가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기 시작하면서다. 이 마일스톤(milestone)은 친환경차의 실질적 확산이 시작된 기점으로 평가된다.
2025년 6월 현재, 세계 도로를 달리는 전기차는 약 1억200만 대로, 10년 사이 약 200배 가까이 증가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신규 자동차 판매 중 EV 비중은 18%를 넘었고, 유럽과 중국은 30% 이상을 기록했다.
2015년 당시 50만 대 돌파의 주역이었던 모델은 닛산 리프가 18만여 대, 테슬라 모델 S가 약 7만여 대, BMW i3가 3만여 대였다. 반면 2025년 현재 글로벌 베스트셀링 EV는 테슬라 모델 Y로, 단일 모델로만 누적 250만 대를 넘겼다. 여기에 BYD 송 플러스 EV, 현대 아이오닉 5, 폭스바겐 ID.4 등 각국 대표 모델들이 시장을 분할하고 있다.
기술 변화도 극적이다. 2015년에는 1회 충전 주행거리 200km 내외가 일반적이었지만, 2025년엔 500~600km는 기본이며, 고성능 전기차의 경우 800km 이상을 주행하는 모델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충전 속도 또한 50kW급 완속 DC 충전이 보편적이었지만, 이제는 350kW 초급속 충전이 대중화되고 있다.
하지만, 전기차 확산의 이면엔 새로운 고민도 생겼다. 리튬과 희토류 자원의 공급 불안정, 사용 후 배터리 재활용, 충전 인프라의 지역 간 격차, 한계에 다다른 보조금 정책 등이 그것이다. 한켠에서는 내연차의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도 긍정적 반응이 나온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중국산 EV의 급격한 점유율 확대에 따른 무역 마찰도 포착되는 중이다.
최근 들어서는 내연기관차가 여전히 건재하다는 의견에 힘이 싣고 있다. 하이브리드 차량의 인기와 함께 연료 효율성과 장거리 운행의 편의성, 충전 인프라 부족에 대한 우려 등은 여전히 내연기관의 생존 기반이 되고 있다. 특히 일부 신흥국 시장에서는 가격 경쟁력과 정비 인프라 측면에서 여전히 내연차가 주력이다.
전문가들은 “전기차가 전체 흐름을 바꾸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아직 내연차의 퇴장은 아니다”라며 “완전한 전환까지는 하이브리드와 내연차가 공존하는 과도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오늘의 자동차 시장은 전기차가 이끄는 대전환의 시대지만, 그 중심에는 여전히 다양한 파워트레인이 혼재하는 복합적 풍경을 보게 될 전망이다. ‘전기차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게 꼭 ‘내연기관의 시대’의 종말과 같지 않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