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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vs BYD, 전기차 판매 넘어 '총성 없는 플랫폼 전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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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vs BYD, 전기차 판매 넘어 '총성 없는 플랫폼 전쟁'으로

BYD 판매량·수익성 테슬라 압도.. 머스크, 트럼프發 리스크 속 로보택시 '올인'

이정태 기자

기사입력 : 2025-06-0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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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양대 산맥인 테슬라와 BYD의 경쟁 구도가 단순히 판매량 대결을 넘어선 '총성 없는 플랫폼 전쟁'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8일(현지시각) 인베스터스 비즈니스 데일리가 보도했다. 한때 압도적인 1위였던 테슬라가 주춤하는 사이, BYD는 판매량과 수익성에서 테슬라를 크게 앞지르며 새로운 강자로 부상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이러한 위기 속에서 '로보택시'에 모든 것을 걸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불화 등 외부 리스크가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BYD, 판매량·수익성 모두 테슬라 압도


이제 테슬라와 BYD의 전기차 판매량 경쟁은 더 이상 치열한 경합이 아니다. 중국 전기차 및 배터리 대기업 BYD 전기차 판매량은 테슬라의 두 배 이상이며, 순수 배터리 전기차(BEV) 부문에서도 테슬라를 제치고 왕좌를 차지했다. 1분기 테슬라 이익이 급락한 반면, BYD는 순이익에서 미국 경쟁사를 추월하며 호황을 누렸다.

BYD는 자체 생산 능력 덕분에 저비용 전기차 제조업체로서 공급업체를 압박하는 데 유리하며, 특히 저가형 모델을 중심으로 최대 34%까지 가격을 인하하는 공격적인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가격 전쟁 속에서도 해외 판매가 급증하면서 수익성 악화를 완화하는 데 도움을 받고 있다. 1분기 BYD는 100만804대 전기차를 판매하며 전년 동기 대비 59.8% 증가한 실적을 기록했다. 이 중 여객 BEV 판매량은 41만6388대로 2분기 연속 테슬라를 앞질렀다.

테슬라, 노후화된 라인업과 브랜드 이미지 타격


반면 테슬라는 노후화된 라인업과 심각한 브랜드 문제로 인해 전기차 판매에 큰 타격을 받고 있다. 1분기 테슬라 전기차 인도량은 33만6681대로 전년 대비 13% 감소했으며, 이는 2022년 2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치이자, 시장 예상치를 크게 밑도는 결과다.

테슬라의 첫 신형 승용차인 사이버트럭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으며, 모델 S, X, 사이버트럭의 1분기 전체 판매량은 1만2881대에 불과했다. 테슬라는 모델 Y나 3와 유사한 '저렴한' 전기차 출시를 목표로 하지만, 대량 생산까지는 수개월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저가형 모델은 기존 모델 Y 판매를 잠식할 수 있으며, 중국 시장에서는 BYD를 비롯한 현지 업체들과 매우 치열한 경쟁에 직면할 것이다.

테슬라의 전기차 파이프라인이 얇은 상황에서, 일론 머스크는 로보택시, 로봇, 인공지능(AI)에 회사의 미래를 걸고 있다. 텍사스 오스틴에서 제한적인 로보택시 유료 운행이 임박했지만, 머스크가 10년 가까이 약속해 온 '완전 자율주행'은 여전히 미완의 과제다.

좋았던 시절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오른쪽)과 일런 머스크 테슬라 CEO. 사진=White House이미지 확대보기
좋았던 시절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오른쪽)과 일런 머스크 테슬라 CEO. 사진=White House


머스크와 트럼프 불화, 테슬라 주가에 악영향


테슬라 주가는 2025년 들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으며,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불화로 더욱 급락했다. 머스크가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를 열렬히 지지하며 테슬라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지만, 이제 상황은 역전됐다. 머스크가 트럼프 지지자들을 멀어지게 할 위험이 있으며, 미국과 유럽 핵심 상류층 도시 고객들 사이에서 테슬라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의 정책 또한 테슬라에게는 양날의 검이다. 트럼프의 친(親)미국 제조업 기조는 일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전기차에 대한 7500 달러(약 1000만 원) 세액 공제 폐지와 전기차 소유에 대한 연간 250 달러(약 33만 원) 수수료 부과를 골자로 하는 트럼프 세금 법안은 테슬라 재정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또한 트럼프 관세는 테슬라가 에너지 저장 제품에 사용하는 CATL 배터리 가격을 인상시킬 가능성도 있다.

BYD의 수직 통합 전략과 글로벌 확장


BYD는 프리미엄 브랜드를 포함하여 1만달러(약 1300만 원) 미만에서 15만달러(약 2억 원)까지 다양한 가격대의 BEV 및 PHEV를 판매하며, 신형 또는 업그레이드된 모델을 꾸준히 출시하고 있다. 특히 개선된 운전자 보조 시스템과 더 빠른 충전 기술을 라인업 전반으로 확대하고 있다.

BYD는 자체 칩을 생산하고 배터리 및 기타 핵심 부품을 수직 계열화하여 저비용 전기차를 제조하는 데 강점을 보인다. 또한 BYD는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 중 하나로, 자체 개발한 블레이드 배터리(리튬인산철 기반)를 샤오미, 엑스펑, 니오, 토요타, 심지어 테슬라와 같은 제3자 전기차 제조업체에도 공급한다. 최근에는 약 5분 만에 완전 충전이 가능한 1000kW 초고속 충전 기술을 공개하고 자체 초고속 충전기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BYD 해외 판매는 급증하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는 계속될 것이다. 수출 물류 개선을 위해 몇 척의 롤온/롤오프 선박을 추가로 취항시켰다. 4월에는 유럽 BEV 판매에서 테슬라를 능가했으며, PHEV 판매도 강세를 보였다. 2026년 초 헝가리 공장, 그해 말 터키 공장 건설은 BYD가 EU 관세를 피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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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로보택시


테슬라의 '희망' 로보택시, BYD의 '현실' 가격 경쟁력


현재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9506억 달러(약 1286조 원)로, BYD 1428억 달러(약 193조 원)를 훨씬 웃돈다. 이는 테슬라의 밸류에이션이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기대감에 집중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일론 머스크가 10년 가까이 약속해 온 완전 자율주행은 여전히 현실화되지 않고 있다. 텍사스 오스틴에서 제한된 로보택시 유료 운행이 시작되지만, 아직까지는 인간 텔레오퍼레이터의 감독이 필요하다.

반면 BYD는 운전자 지원 및 스마트 자동차 소프트웨어에 막대한 투자를 통해 업계 최고 경쟁업체들을 따라잡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 2월, BYD는 레벨 2 운전자 지원 시스템을 라인업 전체에 도입했으며, 더 비싼 모델에는 라이다를 포함한 고급 ADAS를 제공한다. BYD 시스템은 ADAS 부품 비용이 낮아 경쟁업체가 따라잡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다.

BYD의 다른 사업 부문도 주목할 만하다. 자체 칩 생산 및 태양열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스마트폰 부품 및 조립을 담당하는 BYD 일렉트로닉스(BYD Electronics)는 애플 아이폰 등에 부품을 공급하며 마진 개선을 이루고 있다. BYD는 캘리포니아에서 전기 버스를 생산하지만, 현재로서는 미국 승용차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테슬라와 BYD의 라이벌 관계는 단순히 전기차 판매량을 넘어선다. 노후화된 라인업과 브랜드 리스크에 직면한 테슬라가 '미래'인 로보택시에 모든 것을 거는 동안, BYD는 강력한 수직 통합과 공격적인 가격 전략을 통해 '현재'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테슬라 주가는 2025년 들어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BYD 주가는 가격 전쟁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올해 급격히 상승했다. 두 전기차 거인 행보가 앞으로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지켜볼 일이다.


이정태 글로벌모빌리티 기자 jt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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