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명문 스포츠카 브랜드 포르쉐(Porsche)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율 관세 압박에도 불구하고, 미국으로 고성능 차량 생산 기지를 이전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8일(현지시각) GBN이 보도했다. 이는 최근 미국 언론에서 제기된 '관세 회피를 위한 생산 일부 이전 고려' 보도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으로, 포르쉐는 현재의 생산 전략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최근 미국 언론에서는 폭스바겐 그룹 CEO를 겸하고 있는 포르쉐 CEO 올리버 블루메(Oliver Blume)가 관세 회피를 위해 최종 조립 단계를 미국으로 이전할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한 이 보도는 내부 구성 요소 설치 및 타이어 장착 등이 미국 내에서 이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포르쉐 대변인은 로이터 통신에 "그런 계획은 없다"고 확인하며 보도를 일축했다. 이로써 포르쉐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모든 수입차에 25% 관세 부과' 위협에도 불구하고 생산 기지를 미국으로 이전할 것이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님이 드러났다.
현재 포르쉐는 미국 내 생산 시설이 없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에 직접적으로 노출될 수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독일 스포츠카 제조업체는 중국 제조업체와 치열한 경쟁과 예상보다 느린 전기차 시장 채택 등 여러 역풍에 직면하고 있다.
포르쉐 재무 책임자인 요헨 브레크너(Jochen Breckner)는 지난 4월 말, "그룹이 다른 폭스바겐 브랜드와 협력하더라도 낮은 차량 판매량을 감안할 때 (미국 내) 현지화는 의미가 없다"고 밝히며 미국 생산 계획이 없음을 시사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르쉐는 2024년 미국에서 7만6167대 신규 등록을 기록하며 인상적인 판매량을 기록했다. 포르쉐 북미 사장 겸 CEO인 티모 레쉬(Timo Resch)는 운전자들이 911, 파나메라, 타이칸, 마칸 신형 모델에 관심을 보인 것은 브랜드의 "중요한 순간"이었다며, "포르쉐 역사상 가장 다양하고 완벽한 차량 제품군을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말 연설에서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를 포함한 미국 내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미국에서 모든 부품을 포함해 전체 차량을 생산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그는 일부 차량이 캐나다, 멕시코 또는 유럽에서 부분적으로 제조되는 것에 대해 "그를 괴롭혔다"며 "아무도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몰랐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무역 정책 기조는 많은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에게 미국 내 생산 확대 또는 공급망 재편이라는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포르쉐의 이러한 입장은 같은 폭스바겐 그룹 소속인 아우디(Audi)와 대조를 이룬다. 아우디는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모델을 생산할 계획이며, 올해 생산 위치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아우디는 이러한 계획이 트럼프 행정부 압박보다 앞서 수립된 것이라고 언급했지만, 결과적으로 미국 통상 압박에 대응하는 유리한 위치에 놓이게 됐다.
올리버 블루메 CEO는 지난주 "대규모 투자를 통해 폭스바겐 그룹의 미국 내 입지를 확대하기 위해 워싱턴과 논의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폭스바겐 그룹 차원에서는 미국 생산 확대를 모색하고 있지만, 포르쉐 브랜드 자체는 현재 판매량으로는 미국 제조가 경제적 의미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