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중국 베이징 모터쇼에서 처음 봤던 폴스타4는 중국스러운 느낌이 굉장히 강했다. 여기서 중국스럽다는 것은 칭찬이다. 지금 중국차들이 예전의 카피캣이 아닌 전동화에 매우 앞서가고 있다는 걸 생각하면 말이다.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현대차그룹에서 해외 유명 디자이너들을 대거 불러들여 성공했던 것처럼 이들 역시 대변혁을 이뤘다.
폴스타는 원래 볼보와 지리자동차가 공동 소유한 전기차 전문 브랜드다. 폴스타는 디자이너 출신 CEO가 있다. 2017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인 ‘폴스타1’을 시작으로 브랜드의 방향성을 정립한 이후 2020년부터는 완전 전기차 라인업을 본격화했다. 그 중심에 폴스타2가 있었고, 이후 디자인 실험성과 전동화 기술을 전면에 내세운 전략 모델이 바로 폴스타4다. 중국에서는 자국 브랜드 차가 젊은 이들에게 인기를 얻는 편이고 수입차들이 올드한 느낌을 주고 있는 것도 상품성에 더 힘을 싣는 이유다.
이번 시승 모델은 롱레인지 싱글모터 버전이다. 100kWh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하고, 환경부 기준 복합 주행거리 511km를 인증받았다. 도심에서는 530km, 고속도로에서는 488km의 주행이 가능하다. 이는 현재 국내에서 인증된 전기 SUV 가운데 가장 긴 주행거리로, 장거리 운전자나 수도권 외곽 생활자를 위한 대안으로 충분한 설득력을 갖는다.
파워트레인은 최고출력 200kW(약 272마력), 최대토크 343Nm를 발휘하는 싱글 모터 후륜구동 구성이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7.1초. 절대적인 퍼포먼스를 자랑하진 않지만, 전기차 특유의 민첩한 반응성과 매끄러운 가속이 인상적이다. 가속보다 효율에 초점을 맞춘 세팅이라 볼 수 있다. 스티어링 감성은 조절이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대체로 묵직한 느낌이다. 덩치 때문일 수도 있다. 차체는 날렵한 생김새치고는 큰 편에 속한다. 의외로 너비가 제법 넓다.
폴스타4의 가장 큰 디자인 특징은 후면 유리의 제거다. 실내 룸미러는 루프에 장착된 HD 카메라로 대체됐다. 이를 통해 뒷좌석 공간을 확장하는 데 성공했다. 시장마다 다르다고는 하지만 일단 없는 쪽이 많다. 후방은 디지털 리어뷰 미러를 통해 보는데 이것 자체는 다른 차들과 다를 바 없다. 특별한 기술이 있어서 후면 유리를 삭제한 것이 아니라 그냥 삭제했다는 말이다.
뒷좌석 리클라이닝 각도는 7도까지 조절 가능하며,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와 함께 높은 개방감을 준다. 불투명해지는 기능이 있을까 봤지만 없다. 이 실험적인 구조는 시각적 개방감과 디자인 완성도에 있어 확실히 이점을 주지만, 자외선 차단을 위해 좀 더 쎈 썬팅을 해야 한다는 단점도 있다.
또 하나 실내에서의 특징은 가운데 있는 15.4인치 중앙 터치 디스플레다. 차량 OS는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기반인 거 같은데, 볼보와 마찬가지로 티맵 2.0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외에도 구글 맵, 어시스턴트, 플레이스토어 연동까지 기본 탑재된다. 아이폰 사용자도 무선 애플카플레이를 사용할 수 있다. 계기판은 의외로 작은 10.2인치 디지털 클러스터다. 운전에 필요한 정보만 담겠다는 의도다. HUD는 14.7인치로 표시된다.
충전은 200kW 초급속 충전 지원. 10%에서 80%까지 약 30분 만에 충전이 가능하다. 다만 실제 충전 효율과 온도 보정은 날씨와 충전기 성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시승하는 동안에는 전비가 꽤 잘 나온 편이다. 국내 롱레인지 싱글모터 모델의 판매가는 6690만 원부터 시작한다. 기본적으로 파일럿 팩(파일럿 어시스트, 크루즈 컨트롤, 교차로 충돌방지 등)이 포함된다. 보조금 적용 여부에 따라 실제 구매가는 6000원 초반까지 내려갈 수 있어, 경쟁 모델 대비 가성비도 확보했다.
테슬라 모델 Y와 비교하고 있을 소비자가 많을 텐데, 꼭 애꿎은 신앙심이 아니라면 이 모델을 고민해보는 것도 괜찮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