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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제 혜택의 경계선 위에서 흔들리는 법인차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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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제 혜택의 경계선 위에서 흔들리는 법인차 제도

‘합리적 운영’인가, ‘절세 수단’인가… 연두색 번호판 이후의 풍경

육동윤 기자

기사입력 : 2025-05-14 09:05

기아 카니발 실내 사진=기아이미지 확대보기
기아 카니발 실내 사진=기아
한국에서 법인차는 기업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합리적 수단이자 동시에 세제상 절세 도구로 기능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내 법인·사업자 명의로 등록된 차량이 420만 대를 훌쩍 넘었다. 전체 자동차의 16%를 넘는다. 차량 가격이 높아질수록 법인 등록 비율은 함께 증가하는 구조다.

최근 법인차 시장에서 가장 많이 등록된 모델은 기아 카니발이다. 2024년 1분기 기준 법인 등록 대수가 9000대를 넘으며 전체 1위를 차지했다. 1년 전 수치지만 지금도 크게 변함이 없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차량은 9인승 이상 승합차로 분류돼 부가가치세 환급이 가능하고, 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 통행 허용 혜택도 있어 기업의 실무 차량으로 각광받는다.

그 뒤를 현대차 그랜저, 기아 쏘렌토, 제네시스 G80·GV80 등이 이었고, 법인차의 트렌드가 기존 대형 세단 중심에서 RV·SUV 중심의 실용적 운용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제네시스 G80은 여전히 임원차 수요가 높다. GV80은 다목적 업무차로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젊은 기업들에게 인기가 높다.

수입차 중에서는 여전히 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 등 독일 프리미엄 중대형 세단의 법인 등록이 강세다. 수입 승용차 전체 등록의 약 40%가 법인 구매인 것으로 나타났다. 1억 원 이상 차량은 법인 등록 비중이 60~70%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연두색 번호판 제도 시행 이후 일부 감소세를 보이긴 했지만, 고급 법인차 수요는 여전히 견고하다.

법인차의 핵심 매력은 세제 혜택이다. 차량 구매 비용은 감가상각으로, 유류비·보험료·통행료 등은 유지비로 처리해 모두 비용 인정이 가능하다. 9인승 이상 차량은 부가세 환급까지 가능해 실질 구매가 부담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업무 외 사용은 제한되며, 운행기록부 미작성 시 관련 비용은 절반만 비용처리 된다. 사적 이용이 확인될 경우 급여로 간주해 과세되는 등 세무 규정이 있지만, 실효성에 대한 논란은 남는다.

해외에서도 법인차는 업무 효율성과 복리후생의 수단으로 활용되지만, 과세 원칙과 활용 범위는 국가마다 차이가 있다. 미국은 회사 차량을 제공하는 사례가 제한적이며, 개인 사용 시 해당 금액을 현물급여로 간주해 과세한다. 대신 자동차 수당이나 주행거리 환급 제도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독일은 신규 차량 등록의 60% 이상이 법인 명의일 만큼 법인차가 매우 일반화됐다. 독일은 차량가의 1%를 소득으로 간주해 과세하는 ‘1% 룰’이 대표적인 규칙이다.

일본은 회사 차량 제공이 드문 편이며, 영업직이나 지방근무자 등 필수 직무 외에는 대부분 대중교통이나 차량 수당 지원으로 대체한다. 법인차의 개인 사용은 철저히 제한되며, 기업 내에서도 공유차량 개념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의 법인차 제도는 여전히 편의와 편법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명확한 사용 기준과 과세 원칙 정비, 그리고 기업의 윤리적 운영이 병행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dy332@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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