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격적인 자동차 관세 정책이 글로벌 자동차 산업에 거센 파도를 일으키는 가운데, 주요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미국 내 생산 확대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Mercedes-Benz)는 1일(현지시각), 앨라배마주 투스칼루사 공장에서 2027년부터 새로운 차종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발표하며 이러한 흐름에 합류했다고 USA투데이가 보도했다.
독일의 대표 프리미엄 자동차 제조업체인 메르세데스-벤츠는 투스칼루사 공장에 어떤 차종을 추가할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다만, '미국에 대한 헌신을 더욱 강화할' '핵심 차량 부문'의 모델이 될 것이라고만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입 자동차에 25%에 달하는 고율 관세 부과를 예고하며 글로벌 자동차 산업을 긴장시켜 왔다. 비록 이번 주 들어 일부 관세 요소에 대한 유예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그의 강경한 무역 정책은 자동차 제조업체들에게 생산 전략 재검토라는 중대한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실제로 자동차 연구 센터(Center for Automotive Research)가 지난 4월 초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25%의 자동차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2025년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의 비용은 약 1080억 달러(약 155조원)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단순히 수입차뿐만 아니라 미국 내 생산 자동차의 부품 비용 상승까지 야기해 전반적인 가격 인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러한 관세 압박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이미 여러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미국 내 생산량을 늘리거나 투자를 발표한 바 있다. 현대자동차는 미국 시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앨라배마 공장을 중심으로 생산량을 확대하고 있으며, 미래 모빌리티 기술 개발을 위한 투자도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제너럴 모터스(GM) 역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발맞춰 미국 내 공장 현대화 및 전기차 생산 시설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들은 관세로 인한 비용 증가를 최소화하고, '메이드 인 USA' 이미지를 강화하여 미국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이와 함께, 스웨덴의 대표 자동차 브랜드 볼보(Volvo)도 차기 미국 생산 모델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볼보는 이미 사우스캐롤라이나 공장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며 미국 내 생산량 증대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하칸 사무엘손 CEO는 차기 미국 생산 모델에 마일드 하이브리드(MH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버전이 모두 포함될 것이라고 암시하며, 이는 볼보의 주력 SUV 라인업인 XC60 또는 XC90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한편, 메르세데스-벤츠는 이번 주 관세 불확실성 속에서 연간 실적 전망치를 철회하며 경영 환경의 어려움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이 회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가능성뿐만 아니라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경쟁업체와의 경쟁 심화, 유럽 연합의 새로운 이산화탄소 배출량 목표 등 여러 주요 시장에서 복합적인 난관에 직면해 있다.
현재 메르세데스-벤츠의 앨라배마 투스칼루사 공장에서는 GLE, GLS, GLE 쿠페, 메르세데스-마이바흐 GLS 등 고급 SUV 모델과 함께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순수 전기 SUV인 EQE SUV, EQS SUV, 메르세데스-마이바흐 EQS SUV를 생산하고 있다. 2027년 추가될 신차 생산 라인이 어떤 모델을 담당하게 될지는 아직 베일에 싸여 있지만, 업계에서는 미국의 SUV 시장 성장세와 메르세데스-벤츠의 전동화 전략을 고려할 때 전기차 또는 SUV 라인업 확대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무역 정책은 글로벌 자동차 산업에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미국 내 생산 기지를 확보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제조업체들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메이드 인 USA'를 강조하는 정책 기조 속에서, 현지 생산 능력을 강화하는 기업들은 관세 장벽을 피하고 미국 소비자들에게 더욱 매력적인 가격으로 차량을 공급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이번 결정은 이러한 복잡한 시장 상황 속에서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를 위한 중요한 발걸음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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