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차의 몰락이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다가왔다. 디젤차 선택지가 현저하게 줄었기 때문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디젤차의 판매 차종과 점유율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나와 신차 등록 자료를 살펴보면 현재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디젤차는 86종에 불과하다. 여기서 트럭·밴 등 상용 타입을 제외하면 65종으로 줄어든다. 이중 SUV 타입이 45종이며 세단 타입이 20종에 불과하다. 시판 중인 가솔린 모델이 200종에는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며 심지어 98종에 이르는 전동화 모델들보다 적은 수다.
디젤차의 신차 등록 기준 점유율은 20%로 떨어졌다. 지난 11월 유종별 판매량은 가솔린이 49.7%, 디젤이 20.2%, 하이브리드가 12.8%, 전기차가 10.6%로 나타났다. 지난 2020년 같은 기간 31.5% 점유율을 보인 수치와 비교하면 디젤차는 2년 새 11.3%p가 떨어졌다.
디젤게이트 이슈가 불거지기 전 디젤차가 점유율 50%대에 육박했던 것을 생각하면 급격하게 줄어든 수치다. 연도별로 확인해 본다면 2020년 디젤차 점유율은 그래도 30.8%대를 유지했다. 하지만, 지난해 디젤차 점유율은 24.8%까지 떨어지며 6.0%p가 급감했다. 올해 결산 수치 역시 20% 이하로 떨어질 전망이다.
국산차 브랜드에서는 모델 라인업에서 디젤 버전을 빼는 추세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국산 디젤차는 현대 투싼·싼타페·팰리세이드, 기아 쏘렌토·스포티지·모하비, 제네시스 GV70·GV80, 르노코리아 QM6, 쌍용차 렉스턴과 코란도 11종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신차 카달로그에서 빠져 있는 경우가 다반사다. 보통 신차 출시 때 디젤 모델을 함께 표시했지만, 최근에는 옵션으로 제공한다는 문구만 작게 표기하고 있다.
디젤차 삭제 분위기는 이미 일찌감치부터 시작됐다. 2018년부터 현대에서는 엑센트, i30, 쏘나타, 그랜저 등 대표 모델에서 디젤차를 단종했으며 르노코리아(구 르노삼성)에서는 SM3가 생산을 중단했다. 이듬해인 2019년에 SM6의 디젤 모델이 단종됐으며 한국지엠의 쉐보레 말리부 역시 판매가 중단됐다. 지난해 말에는 제네시스 브랜드에서 G70, G80의 디젤 버전 모델 판매를 중단됐으며, 기아에서도 셀토스를 마지막으로 국내 소형 SUV 시장 내 마지막 디젤 모델 단종을 알리기도 했다.
디젤차 사라지고 있는 현상은 국산차 뿐만 아니라 수입차에서도 발견된다. 효율적인 디젤차로 대표되던 폭스바겐도 전면에서 디젤차를 빼고 가솔린차로 대체하고 있다. 현재 폭스바겐 브랜드에서는 총 7개 차종 중 골프 TDI와 티구안 TDI 모델을 남겨두고 모두 가솔린 모델로 대체됐다. 독일 프리미엄 3사의 경우 대표 모델 라인업에서 디젤 차종을 일부 판매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토요타, 렉서스, 혼다 등 일본 브랜드는 하이브리드 모델로 대부분 대체됐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커지는 디젤차 기피 현상의 원인은 치솟는 기름값을 비롯해 더욱 깐깐해지는 정부 정책을 예로 들 수 있다. 높은 기름값으로 유지비 부담은 물론 배기가스 기준을 맞추기 위해 SCR, EGR, DPF 등의 디젤 엔진 배기가스 저감장치를 규정에 맞게 의무적으로 교체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환경부담금이 발목을 잡는다.
최근에는 1톤 디젤 트럭의 단종 소식도 전해졌다. 현대차와 기아는 오는 2024년부터 포터와 봉고 모델에서 디젤 엔진을 제외하기로 했으며, 이 자리를 전기차 버전과 LPG 버전이 대체하게 된다.
여러 완성차 기업들이 전동화 계획을 발표한 만큼 디젤차의 퇴진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상용차도 포함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이내 자동차 신규 등록에서 디젤차를 찾아보기 힘들 것을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