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계약을 해놨지만 1년을 기다려야 하는 A씨, 요즘 걷잡을 수 없이 오르는 금리 탓에 자동차 구매를 미룰까하는 고민에 빠졌다. 마음에 드는 차라 일단 계약을 했지만 본계약 시 적용될 높은 이자는 물론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올라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인기 차종을 계약한 B씨도 고금리 부담으로 계약 취소를 고려 중이다. 대기 기간은 물론이고 높아진 이자를 감당하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계약 취소와 함께 비슷한 모델로 중고차 구매하는 것으로 고민 중이다.
고금리가 자동차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는 금리 때문에 차량을 계약하고도 이탈하는 사례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 이런 현상이 점차 소비 위축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계약 취소 고객이 많아지면 제조사는 생산 계획에 차질을 빚거나 적체·미출 등의 물량 재고 관리 차원에서 어려움을 겪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신차를 사려면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1년 넘게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서 시장 금리 인상이 완성차 업체에 가져오는 부작용도 클 것”이라며 “만약 내년 하반기쯤에 대기 물량이 해소된다면 신차 계약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리 인상은 내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라 심각성이 한층 더해진다.
최근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지난해 7월까지 0.5%를 유지하다 8월부터 점차 올리기 시작해 올해 10월 3.0%까지 올랐다. 24일에는 또 한 번 올라 3.25%로 변동됐다. 1년여 만에 꾸준히 다섯 배 이상이 올랐다. 시장 영향력은 매우 높음이다. 내년 전망에서 변수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이유다. 금융업계는 미 연준의 물가 잡기 금리 인상에 따라 한은의 기준금리도 지속해서 오를 것이라 분석하고 있다. 대부분 금융 전문가들 역시 내년 금리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자동차 업계의 조달금리 상승은 자동차 구매 시 할부 이자로 반영된다. 실제로 이달 초 현대차·기아·한국지엠·르노코리아·쌍용차 등 국내 완성차 업체에서 제공하고 있는 장기할부(60~72개월) 프로그램의 평균 금리는 6.1%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동기간 평균 금리가 3%대 중반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두 배 가까이가 오른 셈이다. 법인(리스)의 경우는 9%에 육박할 때도 있다. 지난해 계약한 소비자 입장에서는 현재 금리가 상당한 부담이니 충분히 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 입장이다. 지금 계약 고객도 마찬가지다. 내년 차량 본계약 시 이자가 또 오를 것을 생각한다면 구매 시기를 늦출 가능성도 높아진다.
다만, 현재 대기 수요가 많아 아직은 심각한 상태가 아니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현대차와 기아의 경우 3분기 말 기준 글로벌 백오더(대기 수요) 물량이 지난 8월 기준 각각 100만대, 120만대에 달한다. 이중 국내 물량은 현대가 67만대, 기아가 60만대 수준이다. 일부 고객이 이탈하더라도 대기 수요는 충분하다는 것이다. 또한, 대안인 중고차 시장 역시 평균 가격이 오르고 있기 때문에 벌써부터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의견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백오더 물량 해소와 고금리가 동시에 맞물리면 제조사에게는 대비할 시간이 부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계약 취소 사례는 실구매자와 다중으로 대기만 걸어놓는 계약자들로 인해 갑자기 늘어날 수도 있다.
오르는 것이 단순히 자동차 할부 이자에 그치지 않기 때문에 소비 위축은 기정 사실화 돼 가고 있는 분위기다. 부동산 가격 하락세와 더불어 전반적인 물가 상승률이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내년에는 지갑을 닫는 소비자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취소 사례가 많아지는 동시에 신규 계약 건수 역시 덩달아 줄어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