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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변화의 거센 물결 속 사라지는 이름들, 2026년 자동차 단종의 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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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변화의 거센 물결 속 사라지는 이름들, 2026년 자동차 단종의 이면

전기차 전환과 경영 효율화가 빚어낸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과감한 선택

육동윤 기자

기사입력 : 2026-02-20 09:05

크라이슬러 퍼시피카 하이브리드 사진=크라이슬러 이미지 확대보기
크라이슬러 퍼시피카 하이브리드 사진=크라이슬러
지난해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대대적인 ‘단종 러시’를 겪었다. 2025년 한 해에만 30종 이상의 승용차와 SUV가 단종 목록에 올랐으며, 이러한 흐름은 2026년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각 브랜드를 대표하거나 새로운 시도를 상징했던 모델들이 줄줄이 퇴장하는 모습은 자동차 산업에 거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음을 암시한다. 전기차 시대로의 이행, 판매 부진한 세그먼트의 정리, 그리고 제조사들의 전략 수정이 복합적으로 맞물린 결과다.

하이브리드 전략 수정: 퍼시피카 하이브리드와 지프 4xe의 퇴장

미국 시장에서 독보적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미니밴으로 주목받았던 크라이슬러 퍼시피카 하이브리드 역시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혼다 오딧세이와 용호상박을 이루던 차다. 특히, 하이브리드 모델은 2017년 세계 최초의 하이브리드 미니밴으로 등장하여 EPA 기준 복합 30mpg의 뛰어난 연비와 30마일 이상의 전기주행 거리로 호평을 받아 전동화에 상징적인 모델로 꼽혀왔다. 그러나 모회사인 스텔란티스는 최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전면 중단하고, 대신 일반 하이브리드나 주행거리 연장 하이브리드(EREV)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으로 선회했다. 이에 따라 퍼시피카 하이브리드는 2025년형을 마지막으로 단종이 확정됐고, 2026년부터는 가솔린 모델만 소폭의 변경을 거쳐 판매를 이어가게 된다.

지프 그랜드체로키 4xe 사진=스텔란티스 이미지 확대보기
지프 그랜드체로키 4xe 사진=스텔란티스

스텔란티스 산하 지프 브랜드의 인기 PHEV 모델들도 잇따라 퇴출된다. 중형 SUV 지프 그랜드 체로키 4xe와 아이코닉 오프로더 지프 랭글러 4xe는 모두 375마력급 2.0L 터보 엔진+듀얼 모터 PHEV 파워트레인을 얹어 한때 높은 관심을 모았다. 특히 랭글러 4xe는 미국 PHEV 판매 1위를 기록하기도 했을 정도로 출발이 순조로웠다. 그러나 최근 잦은 품질 문제와 리콜이 발목을 잡았다. 배터리 화재 위험, 주행 중 동력 손실 등 중대한 결함으로 여러 차례 리콜이 발생했고, 실제 오너들 사이에서도 신뢰도 논란이 커졌다. 여기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시장 수요도 예상만큼 성장하지 못하면서, 지프는 결국 두 PHEV 모델의 생산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그랜드 체로키와 랭글러 자체가 지프 라인업에서 핵심 차종인 만큼 내연기관 버전은 계속 판매되고, 향후 배터리 전기차(BEV) 버전으로의 세대교체를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스텔란티스가 플러그인 방식보다는 순수 전기나 새로운 형태의 하이브리드로 전략 중심을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렉서스 LC 사진=렉서스이미지 확대보기
렉서스 LC 사진=렉서스

럭셔리·퍼포먼스 모델의 희생: 렉서스 LC와 테슬라 모델 S/X

고급차 브랜드들도 판매 라인업을 재편하며 상징적인 모델들을 보내고 있다. 렉서스의 플래그십 그랜드 투어러 쿠페 LC가 그 주인공이다. 2017년 첫 출시된 LC 쿠페와 이후 추가된 컨버터블 모델은 렉서스 브랜드 이미지의 정점에 선 아름다운 디자인과 자연흡기 V8 엔진의 호쾌한 사운드로 사랑받았다. 그러나 2026년형을 끝으로 LC 쿠페와 컨버터블의 생산이 올해 8월에 종료될 예정이다. 렉서스는 공식 입장문을 통해 “2026년 모델 연도를 마지막으로 LC500을 단종한다. 당사 라인업 전략을 지속적으로 재평가한 결과 소비자 수요에 부합하도록 제품 구성을 최적화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9년 간 전 세계 약 1만5천 대 남짓 판매된 LC의 실적은 화려한 명성에 비해 저조했으며, 이미 하이브리드 트림인 LC500h는 2025년형을 마지막으로 먼저 단종된 바 있다. 렉서스는 대신 전동화 시대에 걸맞은 차세대 스포츠카로 전설적 슈퍼카 LFA의 후속격인 전기 스포츠카 콘셉트를 공개해놓고 있어, LC의 퇴장은 차세대 전기 GT카 개발을 위한 여백으로 해석된다.

테슬라 모델 X 사진=테슬라이미지 확대보기
테슬라 모델 X 사진=테슬라

테슬라 모델 S와 모델 X의 단종 결정은 업계 전반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때 전기차 시대의 선구자 격으로 각광받은 모델 S 세단(2012년 출시)과 모델 X SUV(2016년 출시)는 테슬라 브랜드의 이미지 구축을 이끈 공로자였지만, 이제는 시대의 뒤안길로 접어들게 되었다. 테슬라는 이들 생산을 중단하고 얻은 생산 여력을 차세대 전략 분야인 휴머노이드 로봇 제조로 전환할 계획이다. 동시에 중간 가격대 볼륨 모델인 모델 3와 Y에 집중하고, 사이버트럭 등 새로운 시장 개척에 자원을 투자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실제로 2025년 기준 테슬라의 글로벌 판매량에서 모델 S와 X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미미해졌는데, 두 차종을 합친 연간 판매량이 5만 대 남짓으로 모델 3과 Y의 160만 대에 비해 극히 적었다. 소비자 선호가 비교적 저렴하고 실용적인 전기 SUV/세단으로 쏠리면서 고가의 퍼포먼스 EV 수요가 줄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한국 시장에서도 모델 S와 X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이미 사전계약 및 판매가 중단된 상태이며, 한때 부의 상징이었던 대형 EV 세단·SUV 시대의 종언을 알리고 있다.


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dy332@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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