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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기자의 으랏차차] 전통과 혁신의 경계에서… 포르쉐 신형 911 카레라 4 G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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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육기자의 으랏차차] 전통과 혁신의 경계에서… 포르쉐 신형 911 카레라 4 GTS

팝콘 사운드가 만든 적막, 노면을 묵직하게 제압하는 압도적 그립감

육동윤 기자

기사입력 : 2025-11-28 09:05

포르쉐 911 카레라 4 GT 사진=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포르쉐 911 카레라 4 GT 사진=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모든 것이 조용해지고 있다. 내연기관의 심장박동이 전기모터의 고주파음으로 대체되는 시기다. 하지만 여전히 등 뒤에서 거친 숨을 몰아쉬며, 운전자의 본능을 가장 원초적으로 자극하는 차가 있다. 포르쉐가 911 역사상 최초로 전기 모터의 도움을 받아 탄생시킨 ‘신형 911 카레라 4 GTS(코드명 992.2)’가 바로 이번 시승차다.

이번 신형 GTS는 단순한 부분변경이 아니다. 포르쉐는 환경 규제라는 파도를 넘으면서도 오히려 성능을 극대화하기 위해 박서 엔진에 전기 기술을 더했다. 이 차가 단순히 '하이브리드'라는 이름표를 달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님은 운전대를 잡는 순간부터 명확히 알 수 있다.

시승차는 옵션으로 적용된 에어로킷(Aerokit) 덕분에 멀리서도 시선을 강탈한다. 웬만한 슈퍼카를 기죽게 만드는 거대한 고정식 리어윙은 이 차가 단순히 도심을 누비는 패션카가 아님을 웅변한다. 차고 조절 기능(프런트 액슬 리프트) 덕분에 방지턱 앞에서 스트레스받을 일도 줄었다.

실내 운전석 풍경은 호불호가 갈릴 만하다. 포르쉐의 상징과도 같았던 아날로그 회전계(타코미터)가 사라지고 완전히 디지털화된 12.6인치 계기판이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키를 꽂아 돌리는 ‘턴 키’ 시동 방식도 버튼식으로 바뀌었다.

B-로드에 진입해 본격적인 주행을 시작했다. 파워트레인은 3.6리터 6기통 터보 엔진을 기반으로, 성능 향상을 위한 전기 모터가 통합됐다. 합산 출력 541마력. 수치보다 놀라운 건 반응 속도다. 운전자가 전기 모터의 존재를 인지할 틈 없이, 터보랙 없이 즉각적으로 토크를 뿜어낸다.

포르쉐 911 카레라 4 GTS 인테리어 사진=포르쉐이미지 확대보기
포르쉐 911 카레라 4 GTS 인테리어 사진=포르쉐

가장 인상적인 건 ‘사운드’다. 가변 배기 버튼을 누르자 차는 맹수처럼 돌변한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뗄 때마다 “파바박!” 하고 터지는 팝콘 사운드가 바로 귀 옆에서 터지는 듯 생생하다. 7000rpm~8000rpm 부근의 레드존까지 굵고 힘차게 밀어붙이는 포효는 포르쉐가 이 엔진의 감성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고심했는지 보여준다.

하지만 이 압도적인 퍼포먼스 도중에, 단 한 가지 어울리지 않는 기능이 시승 내내 아쉬움을 안겼다. 바로 스타트&스톱(Start & Stop) 기능이다. 신호 대기 중에 팝콘 사운드가 웅장하게 울려 퍼지다 갑자기 적막이 흐르는 순간, 운전의 몰입감이 깨지며 이 차의 격렬한 분위기와는 좀처럼 어울리지 않는 괴리감을 만들어냈다. 물론 차량 기능에서 끌 수 있게 배려해뒀다. 괜히 외계인이 만든 차라는 게 아니다.

속도를 높이자 코너에서 GTS의 진가가 드러난다. 4륜 구동(Carrera 4) 시스템에 통합된 전기 구동계 덕분에 차체 무게감은 확실히 느껴진다. 경쾌하게 날아다니던 후륜 GT 모델과는 결이 다르다. 하지만 이 무게감은 ‘둔함’이 아닌 ‘신뢰감’에 가깝다.

잠재 능력이 어디서 끝날지 모르니 말이다.

새롭게 세팅된 댐퍼와 광폭 타이어는 노면을 끈적하게 움켜쥔다. 아주 과격하게, 극한까지 몰아붙여 봐도 타이어는 좀처럼 비명을 지르지 않는다. 마치 도로에 자석처럼 달라붙어 있다는 느낌이다. 짐작하건대, 어떤 환경에서 몰아붙여도 전자제어 장비가 개입하기 전에 기계적인 그립(Mechanical Grip) 자체가 이미 압도적이다.

신형 911 카레라 4 GTS는 타협하지 않았다. 출력만을 위한 전기 모터의 통합은 터보랙을 지우고 토크를 채우며 911을 더욱 완벽하게 만들었다.

포르쉐는 '하이브리드'라는 심장을 달았지만, 하이브리드라는 힌트를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운전의 재미를 희석시키지 않았다. 그리고 전기모터를 도구 삼아 더 강력하고, 더 완벽한 기계를 만들어냈다. 아날로그 계기판이라는 ‘낭만’을 디지털에 양보했지만, '운전의 쾌감'이라는 본질은 더 날카로워졌다.


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dy332@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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